진단지를 쓰는 게 이별의 아픔을 덜게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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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기로 헤어진거 맞아요?
안녕하세요!
연애연구소에서 연애와 사랑을 연구 분석하고 상담하는 성용쌤입니다.
오늘은 상담을 하면서 많이 듣는 단어인 권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별의 대표적인 이유로 거론(?)되는 연애의 지루함. 사실 지루하다는 것은 연애에서만 느끼는 감정은 아니에요. 우리가 평소에 매일 같이 반복되는 패턴에 익숙해지고 귀찮아지기도 하고 기대보다 낮은 성과들로 인해 성취욕구나 동기부여가 떨어지기도 하고요. 그렇게 시간이 더 지나다 보면 어느 순간 의미가 없어지고 모든 일에 현타가 오기도 하죠. 우리가 지금 직장 동료들과 씹고 듣고 맛보고 즐기는 그런 회사 생활을 말하는 거 맞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바쁘게만 지내왔던 자신에게 질문들을 하기 시작해요.
'난 누구? 여기는 어디?'
'윗사람들 눈치만 보는 부장이 결국 나의 미래인가?'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런 걸 참아가면서 살고 있지?'
'성과가 아닌 내 존재의 가치를 알아주기는 할까?'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는 공감하실꺼에요. 하지만 직장이라는건 생존과 바로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섣부르게 그만 두기는 참 어렵죠. 그래서 안타깝지만 이직이나 다른 대안이 없는 이상 참고 견디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어요.
사실 위에 내용을 일이 아니라 연애라고 바꾸면 그대로 적용되는 건 이미 다 알고 계실거예요. 다만, 우리는 퇴사(이별)이라는 결과에 대해서만 집중하기보다는 과정에 대해서도 살펴봐야해요.
흔히 주변에서 퇴사를 선택하는 이유를 들어보면 '힘듦, 지침, 무시, 상처, 자존감, 태움(인간관계), 워라벨, 갈림' 등 많은 이유는 있지만, 일이 지루하고 권태로워서라는 말은 듣기 참 어려워요. 요즘은 워라벨을 중시해서 돈보다는 오히려 단순하고 편한 일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고요.
※ 권태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떤 일이나 상태에 시들해져서 생기는 게으름이나 싫증'
권태기는 '부부가 결혼한 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권태를 느끼는 시기'라고 나옵니다.
'상대방이 권태기라고 헤어지자고 해요.'
'마음이 없어졌다고 권태기인 것 같다고 하네요.'
'시간을 갖겠다고 했는데 결국 권태기라고 하면서 그만하자고 했어요.'
상담을 하면서 이별의 원인으로 가장 많이 듣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권태기인데요, 제가 처음 상담을 하면서 놀랐던 사실은, 권태기로 이별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고? 몇 년 전만 해도 많은 분들이 권태기 때문이라고 말을 했으니까요.
사전적 의미에서도 알 수 있듯이 권태라는 것이 오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해요. 이 시간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권태를 느낄 만한 연애기간'이 생각보다 너무 짧다라는 것이 놀라웠어요. 그리고 권태기를 아무런 의문없이 받아드리는 것이 당황스럽기까지 했어요.
상담을 하면서 이별 상황이 권태기라고 공감 될 정도로 오래 만나신 분들은 거의 없었어요. 짧으면 한달, 보통은 3 ~ 6개월이 가장 많았어요. 곰곰히 생각해보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온 두 사람이 관계를 시작하면서 6개월 만에 권태라는 감정을 느낀다는 건, 6년을 만나서 권태기를 느끼는 것보다 더 어렵지 않을까요?
사실 이별 상황을 듣고 분석하다보면 권태기가 아니라 '서로 안 맞음. 가치관 차이, 다름의 미수용, 비존중'에 더 가까운 상황이 많아요. 그리고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더라도 결국에는 상대를 바꾸려고 하다가 저항에 부딪치면서 이별을 통보받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해요. 예를 들면 '우리가 다른 건 인정하는데 맞춰가야하지 않겠냐, 하지만 이건 네가 잘못한거다. 너의 안 좋은 습관을 고쳐주겠다. 내가 싫어하는건데 넌 굳이 왜 하려고 하냐, 나에 대한 배려가 없다.'등 상대를 몰아세우고 지치게 만들기도 해요. 이처럼 연애에서 익숙해서 지루하다가 아니라 안맞는다, 지친다에 느낌을 호소한다면 이건 권태기라고 보기 어렵죠.
보통 권태기를 이야기 할 때, 상대방은 내가 널 좋아하는 마음이 안 생긴다, 마음이 떠난 것 같다라고 하면서 권태기라고 말을 해요. 일단 이렇게 말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요. 자신의 마음을 말하면서도 확신이 아닌 잘 모르겠다라고 표현하는 건, 이별 상황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고 싶은 마음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실제로 회피성 애착유형을 가진 사람이 자주 하는 표현이기도 해요.
그리고 사실 이별을 통보하는 입장에서는 권태기라는 말을 하는 게 편하기도 해요. 이별을 말하는 것만 해도 큰 스트레스인데 사소한 것이나 하나하나 말하기에는 작은 부분, 이별의 원인들을 다 설명하고 이야기하는 게 힘들고 불편해요. 그래서 구구절절하게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도 없이 던지기도 쉽고,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마음 뒤에 숨을 수 있는 단어가 바로 권태기예요.
그러면 이별 통보를 받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권태기라는 말이 먼저 귀에 들어올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권태기를 극복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같이 노력하면 좋아질 수 있다라는 것부터 대화하고 풀어가려고 해요. 하지만 이미 상대방은 마음이 정리가 되었고 노력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 네 잘못이 아니다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죠. 이미 마음 정리가 된 상황에서 노력할 수 있다라고 말은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되는거죠.
그래서 먼저 이별의 원인이 권태기인지부터 확인을 해봐야해요. 만약 권태기로 인한 이별이 아니라고 한다면 먼저 이 연애를 시작과 끝을 상대방 중심에서 분석하고 성향과 현재 상태를 파악해서 그에 맞는 연애의 소구점을 읽어서 풀어주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결국 마음이 없어져서 이별한 것이 아니라, 이 연애를 경험하면서 마음이 없어진 것이라는 걸 이해해야해요. 상대방이 갖고 있는 전제를 바꿔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고요. 결국 권태기라고 말을 해야만 했던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존중 그리고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들을 너어로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해야겠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별이 다가오기 전에 나의 연애를 점검하고 서로를 맞춰가는 건강한 연애를 배우는게 우선이에요. 이별 후 재회를 위해 쏟는 시간과 노력이 몇 백배는 더 힘드니까요. 소중하다면 익숙함이라는 이름 뒤에 숨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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