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여자친구

크리스마스를 잘 보내고 왔습니다. 저는 그녀가 평소에 갖고 싶어했던 예쁜 목걸이를 깜짝 선물로 주었고 너무 감동받아 환하게 웃는 미소까지 보았습니다. 이런 이벤트는 처음이라 감탄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뿌듯했습니다. 사랑하는 그녀를 행복하게 해준 것 같아서요. 그렇게 즐겁게 데이트를 잘 마쳤는데....이상하게 연락이 드문드문 되는 겁니다.

사실, 얼마 전부터 그랬습니다. 권태기가 온건가?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또 막상 만나서는 변함없는 그녀였기에 많이 바빠서 그런가보다...하고 넘겼습니다.

하지만 환상적인 데이트를 하고 나서도 행동이 그대로인 그녀를 보며 결심했습니다. 혹시 권태기는 아닌지를요.

그녀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조심스레 입을 뗍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구요. 그러니 당분간 연락하지 말고 시간을 갖자구요.

저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믿기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어떤 게 문제야? 순간적으로 물었습니다. 그녀는 또 아무말도 하지 않습니다. 생각이 끝나고 얘기하고 싶다는 말 이외엔.

생각할 시간 필요하다는 여자의 속마음 by, 연애 전문 상담자

위 사례는 상담을 통해 자주 만나는 사례입니다. 갑작스럽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여자의 말에 다들 이유가 무엇인지조차 알기를 어려워합니다. 그래서 하나하나 다 뒤돌아보죠. 내가 이런 행동을 했을때 그녀가 미묘한 반응을 보였던 것 같기도 하고....아닌 것 같기도 하고 정말 헷갈려 합니다.

그녀들은 정말 갑자기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아닙니다. 긴 시간 오래오래 고민해왔을 겁니다. 당신에게 말하지 않은 것 뿐이지요. 그녀는 당신에게 말하지 않았기에, 당신은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알기 어렵습니다. 상대방의 성격적 특성과 상황에 따라 다르기는 하나, 정말 조금의 불평불만도 꺼내지 않았던 그녀라면 마음 속으로 점수를 깎아왔을 겁니다. 그녀는 혼자만 간직했기에 당신에겐 바꿔볼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그녀들은 왜 혼자 정리하려고 할까요?

상대에게 그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은 그녀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갈등상황에서 <플라이트>라는 겁니다. 플라이트 유형에 대해 알기 위해 파이트 유형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

파이트유형은 갈등이 생겼을 때 Fight, 즉 갈등에 대해 바로 다루어야 하는만큼 부딪히더라도 이 갈등에 대해 함께 당장 다루길 원합니다. 그래서 본인이 보기에 상대가 갈등을 어물쩡 넘기거나 피하려는 식으로 느껴지면 상대는 나와 갈등을 풀려는 '마음이 없나' 생각하며 더 감정이 상할 수 있지요.

반면에 플라이트 유형은 갈등이 생겼을 때 Flight라고 이름 붙인 것처럼, fight(싸우다) 자체에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에 부딪히는 상황 자체를 불편하고 소모적이라고 느끼는 편이랍니다. 따라서 갈등을 당장 꺼내서 다루기보다 생각을 먼저 정리하길 원합니다. 그러니 시간이 필요 할 수 있지요. '좋은 게 좋은거다' 식으로 넘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쉽지만 정말 없던 일로 넘어가는 건 아니고 속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갈무리 한다고 보시면 된답니다. 그러다보니 갈무리 된 생각에 따라 나와 함께 갈등을 다루려 하지 않을 수 있고, 말을 꺼낼 땐 이미 어느정도 생각과 답이 정해져있기도 합니다.

만약, 당신이 갈등 상황에서 특별히 공격적으로 대한 게 아니라면, 당신이 말하기 어렵게 만든 게 아니라면....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그녀의 스타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요?

우선 갈등상황에 대한 긴장감을 낮추어 주는 것이 필요하겠죠. 하지만, 이 말만으로 급하게 접근하다간 그녀는 더 도망만 갈껍니다. 그동안의 관계 양상을 모두 분석하는 것을 넘어서 상대방이 원하는 지점이 무엇인지 소구점도 정확하게 파악할 줄 알아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우리 연애의 문제점과 그녀과 느꼈던 감정들을 캐치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당신이 그걸 진작에 알았다면 갑자기 생각할 시간을 갖자는 말은 하지 않았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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