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희망고문 하는 그녀

아무리 붙잡아도 붙잡히지 않는 그녀입니다. 울고불고 매달려도 그녀의 태도는 단호하기만 합니다. 그렇게 사랑했던 우리였는데 그동안 아무말도 없다가 어떻게 한순간에 나를 끊어내는 건지......원망스럽기만 합니다. 마지막 매달림 이후, 다시는 연락하지 않겠다며 굳게 결심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결심을 무너져 내립니다. 그녀와 함께 걷던 거리, 그녀와 함께 듣던 노래, 그녀와 함께 먹던 음식....모든 게 그녀와 함께한 것들 투성입니다. 그녀의 흔적을 지우려고 해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그녀는 제 전부였습니다.

힘든 날들을 술로 달래도 보았지만....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억눌러왔던 감정들이 봇물터지듯 터져버렸습니다. 다시는 연락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깨버리고 결국 그녀에게 연락합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바로 1이 사라졌거든요. 심장이 멈춰버릴 것만 같습니다. 아직 내게 희망이 남은건가....온갖 생각이 머리를 휘젓습니다.

그녀가 메세지를 읽었다는 이유 하나로............ 그녀에게 답이 오기만을 기다립니다.

10분, 1시간, 2시간, 하루, 이틀, 일주일....

아무리 기다려도 답이 오지 않습니다. 내가 무슨 말을 잘못한걸까? 다시 보내볼까? 다시 미안하다고 해볼까? 다시 매달려볼까? 마음이 요동칩니다. 결국 또 한번 용기를 냅니다. 이번에도 그녀는 바로 읽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답장은 오지 않습니다. 그저 제 메세지를 읽기만 할 뿐.

도대체 그녀가 저를 차단 안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앞선 사례처럼, 많은 내담자분들이 정말 많은 연락 끝에 상담에 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란에 바위치는 심정으로 메세지를 계속 보내도 상대방은 읽기만 할 뿐 답장이 없는 경우가 많지요. 이럴 때 매달리는 입장에선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느낍니다. 그러곤 물어보시죠.

"진원쌤, 도대체 상대방이 저를 차단 안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제가 정말 싫으면 차단을 하지 않을까요? 왜 차단을 안해서 괜한 희망고문 하는 지 모르겠어요...."

냉정하게 말씀드리자면, 상대방은 당신에게 희망고문을 한 적이 없습니다. 당신이 여전히 그 사람을 만나고 싶기에, 작은 단서도 "희망"으로 해석하는 것뿐이지요. 물론, 그렇다고 희망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녀가 당신을 차단하지 않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로는 '그게 그녀의 스타일'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행동에도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밖에 없죠. 누군가는 타인을 차단하는 것 자체에 굉장히 큰 불편감을 느낍니다. 오히려 그게 더 신경쓰인다며 아무리 싫어도 차단하지 않는 경우도 있답니다.

두번째로는 그냥 당신이 어떤 말을 하는지 궁금해서입니다. 당신에게 돌아갈 마음은 없지만...나와 오래 만난 사람이기도 하고, 당신에게 악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니 굳이 차단하지 않은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한번씩 연락이 오니 그녀도 그냥 궁금해진 겁니다. 이런 경우, 그 연락을 잘만 이용한다면 상대방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차단을 안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재회가능>이라고 해석해서는 곤란하죠. 그저 기회의 창구가 하나 더 열려있다, 정도로만 보셔야 합니다. 이후 전략을 잘 짜는 게 참 중요한 경우죠.

이 단계에서 오셔서 제대로 된 연락 몇 번으로 재회가 된 케이스를 수없이 많이 보았습니다. 바로 재회는 아니더라도 관계가 풀려서 마치 이별하지 않은 커플처럼 연락을 주고받게 된 경우는 더욱 많구요.

그러니 무작정 연락하는 감정적인 행동은 하지 마세요. 그런 생각이 들수록 당신은 더 침착하게 다가가야 합니다. 감정적으로 하다간 언젠간 차단 당할 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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