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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승진쌤) 상담성공 + 한 달 뒤 이별을 선택한 지금, 괜찮은 선택인 거겠죠?

맥주좋아

차있는 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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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30 05:26:20

안녕하세요

연애기간은 지금까지 열달, 생각 없이 삘만 믿고 사귄 지 며칠이 되지 않아 상대가 술에 의존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것을 알게 된 후로 계속 같은 문제로 싸워 왔습니다.

저녁마다 하는 연락 중 매주 서너번 정도는 술이 잔뜩 올라 혀가 꼬인 목소리와 통화를 해야했고 그마저도 통화중에 곯아떨어져버려 중간에 끊기는 일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런 저녁마다 제가 했던 중요한 이야기나 부끄럽지만 용기를 내어 했던 고백이나 애정표현 같은 것들, 하루동안 있었던 소소한 일들을 나누고 싶어 했던 말들은 그의 다음 날 기억 속에 거의 남아있지 않은 일들도 허다했어요.

평소에 정말 다정하고 제 감정의 작은 변화도 민감하게 캐치해서 감싸주는 섬세한 남자였습니다. 술을 마시고 뭘 때리거나 부수거나 성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맑은 정신으로 함께 시간과 추억을 쌓아가며 두 사람이 진실된 '접촉'을 해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갖기에는 일을 제외한 그의 여가시간의 삶은 어딘가 흐릿하고 가끔은 휘발되기도 하는 무언가였습니다. 회식자리에서의 술이 직장 내 갈등을 해소하는 유일한 도구쯤으로 여기고 평소에도 술과 친구를 너무 사랑하는 그 사람의 모습은 저를 이 관계에 대해 엄청난 불안을 느끼게 하는 커다란 요인이자 거의 유일한 요인이었어요. 오래 건강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상대방에게서 두사람의 미래성을 보기는 어려우니까요. 상담후기와는 상관없는 첨언이지만 이글을 보시는 여러분, 연애 전에 상대방의 흡연이나 음주, 돈 씀씀이, 잠들고 깨는 시간과 같은 생활습관 중 여러분에게 큰 이슈로 작용할 것 같은 요소가 없는지 체크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상형설계 할때도 한번 생각해보세요. 저는 이번 연애로 리스트 추가했어요ㅎ 이런 개인의 습관은 변화하기 힘든거고 저런 요소들은 그사람의 직장이나 가정, 친구같은 거의 고정적인 주변환경에서 더 굳어지고 강화되기 때문에 이걸 사귀고 나서 변화시키거나 맞추는 건 거의 안되는 것 같거든요.

열달이라는 기간동안 이사람한테 몇시부터 몇잔이나 술이 들어가나에 신경을 곤두세웠고 조금씩 빈도를 줄여보겠다는 다짐도 번번이 깨지고. 약물의존을 한번에 극복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 하며 참고 참다가 서너번쯤은 터져서 이 문제로 헤어지네마네 했었어요.

그러다 지난달 헤어짐을 입에 올리며 싸우고 나서 승진쌤께 상담받았어요. 헤어짐을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나도 많이 좋아하니까 남자친구가 여기서 끝내고 싶지 않아한다면 나도 그를 한 번 더 이해해주고 그의 개선하려는 노력을 지켜보겠다는 게 승진쌤과 통화하며 내린 제 결론이었습니다. 저의 몰아세우는 말들에 상처받았을 남자친구에게 쓸 수 있는 나어너어를 배웠는데 처음부터 착착 나오지는 않더라구요ㅎ 연습이 많이 필요한거 같아요. 나름 엄청 정교한 화술이에요. 남자친구도 자기가 좀 더 노력하겠다고 했고 그뒤로 한층 더 가까운 느낌이 들었어요. 상담의 도움으로 갈등을 잘 넘겼으니 지난달에 받은 상담은 성공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시 시작한 연애에 정신팔려서 한달이 지나도록 후기 못써서 죄송해요..ㅎ

그런데 결국 이 연애를 엊그제 마감했어요. 자기가 그 직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한 그 술습관 고치기가 안될 것 같다네요. 저를 붙잡으려면 줄이겠다, 끊겠다고 해야하는데 자기가 처한 환경의 현실 속에서는 지켜지지 못할 거짓말 하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제가 먼저 그만하자고 했는데 지금도 너무 보고싶고 따뜻한 미소로 활짝 웃고 있는 사진 속 남자친구를 보고 울고, 좋았을 때 카톡내용 연어질해 올라가서 보고 울고, 얼굴보고 대화하기 자신이 없다고 카톡대화로 끝내자며 남긴 그의 장문의 마지막 메세지를 보고 울고.. 그깟 술따위에게 가볍게 제쳐진 것 같아서 화가 나기도 하고, 어른스럽지 못하게 얼굴보고 직접 인사하지도 않으려는 모습에 내가 이렇게 미성숙한 사람이랑 열달이나 함께 했나, 평소 따뜻하고 섬세하면서도 상식적이던 사람의 모습과는 너무 다른 모습에 당황스럽기도 하고요. 친구들이나 직장환경이나 생활습관이라는 게 이렇게 중요한지 깨달았으니까 술 한방울 없이 명랑하게 잘 놀고, 다양한 방법으로 스트레스 풀고 문제해결 할 줄 아는 더 좋은 사람 만날 기회다! 싶기도 하고. 지금 막 감정이 제주도 날씨처럼 분단위로 오락가락 하고 있어요..ㅠㅠㅋㅋㅋ

승진쌤... 그때 감사했는데 결국 이렇네요ㅎ. 그런데 상담이 실패한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지난 상담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이제 진짜 할만큼 해보고 견딜만큼 견딘거 같거든요.ㅎ 작년 여름에 만났던 사람 사계절 다 겪어보고 다시 같은 계절이 올 때까지 나아질 가망조차 안보일 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냐야지 생각하고 있었어요. 넌 그게 좋으면 계속 그렇게 살아 나는 더 좋은 곳으로 간다 생각은 하는데 금요일 밤의 일이라 아직은 힘드네요..ㅠ 진짜 술만 빼면 정말 좋은 사람인데 어차피 당장 결혼할 것도 아니었던 사람 그냥 붙잡고 조금만 더 즐겼으면 좋았을까 싶기도 하고 놓치면 안되는 사람 놓친 것 같고.. 그러면서도 이미 결말이 뻔한 연애로 피차 청춘낭비 에너지낭비시키지 않은 게 잘한거다 싶기도 하고.. 이거 다잡기 가능하겠죠ㅠ
  • 달빛천사

    앞으로 꽃길만 걸으세요

    2019-09-28 23:28:47

  • 달빛천사

    힘내세요!!

    2019-09-28 23:28:40

  • 달빛천사

    아ㅠㅠ

    2019-09-28 23:28:36

  • 조기구이찜

    힘내요 정말. 성장시켰을거에요.

    2019-09-19 14:37:09

  • 샤갈

    힘 내세요ㅠ!

    2019-09-15 22: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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